사시 사철 물속에 살면서 여름에는 오히려 추워하는 동화에 나오는 인어 아씨와 같이 사시사철 물에 들어가 살면서 바닷속에 있는 전복, 해삼, 청각, 미역, 문어 같은 것을 따내오는 해녀 아씨들! 어려서부터 이날까지 나는 어떻게 보고 싶어 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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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들고나온 망태 속을 보니까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 새에 바다 밑에 있는 청각, 산호 같은 물 멍거지, 전복 이런 것들을 많이 잡아 나왔습니다. 전복과 물멍거지는 갓 잡은 것이라 살아서 꿈틀꿈틀합니다. 그들은 당장에 먹어 보라고 물멍거지를 돌로 깨뜨리고, 속에 있는 굴 같고 코 같은 것을 내주므로 얼굴을 찡그리며 먹어 보니까, 다른 이들은 모두 좋다 하는데 내 입에는 비린내만 있을 뿐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물에 들어가도 물 밖 세상과 똑같이 무엇이든지 환하게 보이고, 물 바닥은 마치 육지와 같이 바위도 있고, 모래밭도 있고, 반질반질한 곳도 있고, 풀 난 곳도 있다 합니다. 안경을 쓰고 입을 다물고, 숨을 안 쉬면서 손에 꼬챙이 같고 칼 같은 연장을 들고, 물속으로 들어가면 바위에 해삼이나 전복이 꼭 붙어 있는 것이 보이므로 연장으로 떼어서 이편 손에 옮겨 들고 또 다른 것을 떼고 떼고 한답니다.
그렇게 다닐 때는 어여쁜 생선들이 이리저리로 헤엄쳐 다니는 것도 눈에 잘 보이고, 제일 물속에서는 몹시 가벼워서 조금만 몸을 으쓱하면 저쪽 먼 곳으로 떠간다 합니다. 그러나, 그러는 중에도 입은 꼭 다물고 호흡을 그치고 있으므로 금시에 숨이 터지게 되어, 그 지경이 되면 위험하게 되니까 손에 아무리 가진 것이 많더라도 모두 팽개치고라도 그냥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여러 번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동안에 몸은 몹시 추워서 흐득흐득 떨려 못 견디게 되므로, 미리 배에 장작불을 피워서 물 위에 띄워 놓았다가 물 위에 나오는 즉시로 몸을 장작불에 쪼여 말린다 합니다. 그런 데 살에 불이 닿도록 쪼여도 뜨거운 줄을 모른다고 합니다. 물속으로 아무리 다녀도 별로 무섭거나 겁나는 일은 없지만, 다만 한 가지 느치라는 것이 손에 달라붙거나 술차라는 것에게 찔리면 대단히 곤란하고 잘못하면 목숨까지 위험해진다 합니다.
- 출처 : 공유마당, <해녀 이야기> 방정환 |